리듬.

CUT 2007/05/23 04:34

모든 리듬의 깨어졌다. 자의든 타의든 그리 되었다.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난 눈을 떳고, 얼마 남지 않은 하루와 마주 한다. 아주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난 방에 돌아와 컴퓨터를 켠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걸어놓고, 한동안 서핑을 한다. 포탈사이트와 마주할때마다 나의 사고는 정지된다. 그러나 컴퓨터를 끄자, 나는 금방 목적을 상실한다.
음악이 필요하다. 씨디 플레이어에 일렉트릭 째즈 디바 볼륨 2번을 넣고, 플레이버튼을 눌러보았다. 역시나 무응답이었다. 씨디 플레이어의 상태가 불량하다는 사실은 이미 일년, 아니 한 이삼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책을 집어든다.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눈앞에 장황하게 펼쳐진다. 시덥잖은 수사와 별볼일 없는 서사는 지지부진하다.

결국 나는 씨디 플레이어를 분해하고 말았다. 뚜껑위의 먼지들을 털어내고, 나사 6개를 풀어낸다. 트레이 고정부를 뜯어내고 전원을 연결한후 구동부의 이상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벨트도 정상, 픽업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픽업의 문제일까. 나는 면봉과 알코올을 찾아 온집안을 해집는다. 면봉은 찾았으나, 알코올은 찾지 못했다. 불행히도 과산화수소수만 눈에 띨뿐이었다. 가변저항을 휙 돌려버릴까 하다 꾹 참았다.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자 싶어서, 면봉 끝에 물을 묻혔으나 차마 픽업 렌즈부에 갖다 대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째서 침을 바르고 싶은것인지 알길이 없다. 마른 면봉으로 렌즈를 닦아내니 그 투명한 렌즈에서 검은 것이 묻어난다.

전원을 다시 연결하고 테스트를 해볼까 했으나, 내 손은 벌써 케이스를 닫고 있었다. 어쨌거나 상관없다. 이미 고장나 있었으니까. 나사들을 잘 조이고, 전원을 다시 연결했다. 트레이를 열고, 손에 집히는 아무런 CD나 밀어 넣었다.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몇초가 흐르고, 푸른 LED는 트랙수를 보여주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CD에서는 에고 래핑의 미드나잇 데자부가 흘러나왔다.
난 한참 동안 바닥에 누워 무비판적으로 음악을 들었다. 방안에는 음악만이 충만했다. 기계적 일상엔 지나친 감상따위가 끼어들지 않는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2007/05/23 04:34 2007/05/23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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