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살기.

CUT 2008/12/04 04:21

밤을 낮 삼아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여길때 쯤이면, 어김 없이 어딘가가 고장난다. 어젯밤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타이레놀 한알을 먹고 새벽 2시쯤 꾸역꾸역 잠에 들었는데 아침이되니 맑은 콧물이 질질 흐른다. 허리도 아프고, 안구의 작열감은 오후가 되자 극에 달한다. 결국, 의사에게 진단을 받기로 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란다.
약을 받아 먹고나니, 머리가 더 아프다. 눈알이 맵다. 나는 그녀와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갔다. 몇달만에 영화를 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어린 뱀파이어 소녀가 나오는 110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오랫만에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밥을 먹으러 명동 한복판으로 걸어가며, '내가 뱀파이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난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로 약기운에 취해서 잠들고 싶었는데, 결국 나는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싸늘한 편집실에 앉아 맑은 콧물을 질질 흘리며 발작적인 기침을 하고, 아무도 듣지 않을 욕지기를 했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일년내내 눈이 내리는 나라에 가서 비염따위는 잊고 살고싶다.

2008/12/04 04:21 2008/12/04 04:21
top

Trackback Address :: http://xxycho.net/ttnew/trackback/38

Write a comment


1 ... 2 3 4 5 6 7 8 9 10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