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CUT 2009/01/11 04:22
한 달에 한 번쯤은 글이 쓰고 싶어진다. 좋은 현상이다. 꼭두 새벽에 버스를 타고, 근 한 시간동안 서울을 가로지르는 것 조차도 가끔씩은 도움이 된다. 오늘, 아니 어제 새벽에도 그랬다. 토요일 새벽,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느낌은 그다지 좋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날씨 탓인지 버스안에서 잠을 잘수 없었다. 졸수조차 없었다. 그냥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며, 부질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뿐이다. 성수대교를 건너며 괜한 공포심에 사로잡히고, 신사역 사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헐벗은 여자들을 보며 그녀들의 직업을 상상했을 뿐이다. 무언가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버스를 내릴 때 쯤이다. 집에 가면 뭐라도 끄적거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려보니, 비로소 영하 십도의 겨울날씨가 체감 되었다. 그 지랄같은 날씨에도 사람들은 아침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잰걸음을 재촉할수 밖에 없었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담배 한 가치를 꺼내물고 추위를 이겨보려 했으나, 역부족. 나도모르게 욕이 나와, 씨발씨발거리면서 길을 걷다보니 속이 매슥거렸다. 새벽나절 집어먹은 과자쪼가리며,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커피의 시너지다. 턱밑까지 신물이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작년 오늘, 그러니까 이천팔년의 일월 십일의 일들이 머릿속을 가로지른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반문할 필요도 없이, 머릿 속에 그날들의 면면히 소상히 떠올랐다. 나는 영화를 찍고있었다.
집에 들어와 냉수 두 잔을 연거푸 들이키고 나니, 구역감이 조금은 가시는듯 싶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쓰고 싶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한시간쯤 인터넷을 하다가, 자리에 누워 휴대폰 게임을 했다. 창밖은 아주 잠깐 동안 내가좋아하는 시퍼런 색이었다가, 서서히 밝아졌다. 창으로 비스듬히 햇빛이 스며들었고, 비로소 나는 잠을 자야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여덟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나는 냉수 한 잔을 더 들이키고 나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 하루간의 피로가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왔다. 나는 꿈도 꾸지 않았다.
2009/01/11 04:22 2009/01/11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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