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CUT 2007/08/09 05:54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불고 있다. 벌써 몇시간째다.
몇일간의 기습적인 폭우 말미에 돌풍이 찾아왔다. 블라인드가 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고, 방충망 사이를 들락이는 바람소리가 괴괴하다. 하늘에 가득한 구름은 달리듯 흘렀다. 그러나 바람은 창가를 맴돌뿐이다. 방안으로 파고들어 더위를 쫓아주진 못했다.

정작 밖의 바람은 그리 매섭지 않았다. 부는 바람도 차지 않았다. 미적지근한 바람이 온몸사이사이를 파고들었다.
담배를 꺼내물고 30분쯤 걸었을까. 습기까지 머금은 눅눅한 바람이 옷사이로 파고 들고 손은 금방 끈적해졌다. 손끝의 담배는 평소보다 몇배나 빨리 타들어갔다. 담배 네가치를 축내고, 나는 고양이 한마리와 인사했다. 전에도 몇번인가 본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몇일전에는 새끼와 함께였는데, 오늘은 혼자였다. 녀석은 나를 한참 바라보다 차밑으로 기어들어가 앞발을 가슴깨에 감추고 한참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한참동안 녀석에게 추파를 던져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밤의 고양이는, 아니 밤의 고양이의 눈은, 정말로 예쁘다. 녀석들의 눈을 보고있으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의 대사가 떠오르곤 한다. 프로도를 무심히 바라보며 '빛을 쫓아 가지 마세요'라고 말했었지. 녀석이 고개를 돌릴때 몇번인가 붉은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새들이 아침을 알리고, 나는 결국 집으로 향했다.

방안의 온도는 몇도나 더 올라가 있는것 같았다. 창밖의 돌풍과 상관없이, 나는 선풍기를 켠다. 미풍.

2007/08/09 05:54 2007/08/0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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