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CUT 2008/03/26 04:11
마른 먼지가 가라앉았다. 대신에 땅이 질척거렸다.
길 위에 목련 잎과 벚꽃 잎이 아무렇게나 짓물러 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잠시간의 정적, 그 사이에 백색잡음이 끼어든다.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겨는 필연적인 결과다. 아날로그 전화에서 디지털 휴대폰으로, 그리고 이동통신의 세대가 변하면서 그 질감이 달라지었을지언정 사라지지는 않았다. 길고양이 한마리가 잠시 멈춰서 나를 쳐다본다. 전에도 두어 번쯤 마주친 적이 있는 녀석이다.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앞발을 가슴 깨에 감추고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가로등 빛에 눈이 붉게 반짝인다. 라이터 소리에 이어, 긴 숨소리가 들린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길 위에는 아무도 없다.
2008/03/26 04:11 2008/03/26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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